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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신혼여행, 생애 처음 한라산 등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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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 매우 제한된 시대에 신혼여행을 간다.

 

국내 내륙 곳곳을 차로 여행할지, 제주도를 갈지 고민하다가 제주도를 가기로 결정하였다.

 

제주도는 사실 친구랑, 가족이랑 가본 적이 있는 곳이다.

게다가 학창 시절에는 수학여행으로까지..

비교적 해외보다는 접근하기가 쉬워 만만하게 생각하던 여행지 중 하나이다.

더욱이 신혼여행지로는 해외만 생각했던 나였지만 어쩔 수 없이 국내로 가게 되었다.

 

그래서 신혼여행을 기념으로 한 가지 특별하게 해보고 싶던 것이 한라산 등반이다.

 

엄청난 버킷리스트는 아니지만, 한라산 정상을 찍고 오는 것이 의미 있고 기억에 남을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인데, 나의 생활을 보면 등산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산책 정도를 즐기는 수준인데 무턱대고 결심했다.

 

 

요새는 한라산 국립공원 사이트에서 탐방 프로그램 예약을 해야 등반이 가능하다고 들어서 사이트에 들어가서 예약하였다.

 

성판악 탐방로, 관음사 탐방로 *탐방예약 필수

 

  성판악 관음사
시간 진달래밭 3시간,
정상 4시간 30분
삼각봉 3시간20분,
정상 5시간
거리 9.6Km  8.7Km
등급
A: 어려움
B: 보통
C: 쉬움
C-C-B-A B-A-C-A

 

평소에 산은 가지도 않는 사람이기에, 난이도 기준으로 성판악 코스를 선택했다.

 

 

2/28 성판악코스 예약 -> 취소

 

바보 같았던 등산 초보는 예약한 입산시간에만 맞춰서 가면 될 줄 알았다. 시간에 맞춰가니 이미 주차장은 만차였고 다른 주차장으로 안내를 받았다. 왔던 길을 다시 10Km 돌아가면 있다는 국제대학 환승 주차장.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주차를 하러 가는 중 앞차를 따라가다 보니 다른 주차장이 나왔다. 알고 보니 그곳이 마방목지 주차장이었고 주차를 하고 나니 여기서 어떻게 이동을 할까 걱정이 무색하게 택시가 대기를 하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버스는 운행하지 않았음.) 주차장이 만차가 되는 건 흔한 일처럼 보였고 택시 아저씨와 대화를 하면서 다시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제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입구에서 사람들이 아이젠을 차고 장비를 이것저것 챙기고 있고 안내해주시는 직원분도 아이젠을 필수로 차라고 하셨는데 우리에겐 아이젠이 없다.

 

아이젠 없이는 위험하다고 하여 결국 예약을 취소하고 마방목지 주차장에 돌아가서 숙소로 복귀했다.

...

그나마 다행인 건 마방목지 주차장으로 돌아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갔다는 것이다. 버스 운행하는 시간이 됐기 때문에 택시비 아꼈다.

예약을 취소하고 다시 새롭게 예약을 하러 사이트에 접속하니 2자리가 남아있는 3월 2일로 예약 성공했다.

 

 

한라산 대신 다른 일정을 소화하고, 3월 2일 전에 아이젠을 꼭 사서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3/2 성판악코스 예약

 

주차장 만차의 기억을 가지고 이번에는 기필코 성판악 주차장에 주차를 하겠다고 부랴부랴 나섰다. 구매한 아이젠을 지참하고 서둘러 가니 주차장에 무사히 주차할 수 있었다. 3월 입산 시간(05:30)에 맞춰 등산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일출시간이 되지 않아서 초반에는 매우 어두웠다. 헤드랜턴이나 손전등 지참하면 참 좋았겠지만 장비 없는 우리는 휴대폰 플래시 기능을 사용하였다. 

구매한 아이젠을 착용하고 등산하는데 아이젠 없이는 등산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결론.

처음부터 끝까지 등산길에 눈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중간중간 매우 숨차고 힘들 때 쉬어주고 하다 보니 진달래밭 휴게소에 도착하였다. 진달래밭 휴게소에서 가져온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고 마지막 정상을 향해 갔다. 마지막 정상은 계단이 많아 정말 힘들었다. 구매한 아이젠이 계단 밟을 때는 매우 불편했다. 다들 비싼 아이젠을 사는 이유가 있구나.

 

 


 

 

 

 

스스로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는데 어느새 정상에 도착했다.

초보임에도 시간도 매우 빠르게 도착하였고 덕분에 사진 찍기도 수월했다. 정상 인증을 하고 사진을 이것저것 많이 찍고 눈으로 구경하고, 날씨가 매우 좋았다. 

 

 

 

 

 

 

 

한라산 백록담

 

 

 

한라산 정상 등반에 성공하더라도 날씨가 흐리면 못 볼 수도 있다는 백록담. 다행히 날씨가 매우 좋았고 눈이 쌓여 있는 백록담을 보았다. 물이 많이 없는 것은 알고 간 상태였는데, 아마도 빙판으로 보이는 부분만이 물이 고여 있던 곳으로 추측된다.

 

기쁜 마음으로 정상 인증을 하고 빠르게 하산하였다. 스스로 대견함을 느꼈다.

 

 

 

신혼여행에 다녀온 후 누군가 나에게 제주도에서 어떤 게 가장 재밌었냐고 물어본 질문에, 주저 없이 한라산 등산이라고 대답했다. 얼떨결에 등산한 느낌이었지만 지금도 사진을 보면 너무 뿌듯하다.